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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Boy !

     까꿍

 이제노가 보기에 박지성은 이상한 애였다. 자기는 전혀 귀엽지 않다고 말하면서, 막상 귀여워해주지 않으면 삐지는 애. 그러면서 자기가 어디가 얼마나 귀여운지를 잘 알아서 애교를 부릴 때마다 볼을 쭉 늘리는 애. 그런 주제에 쑥쓰러움은 많이 탔다. 차라리 귀엽게 태어났으면 얼굴에 철판 깔고 귀여움 받기 위해 애쓰는 편이 더 나았다. 이도저도 아니면서 자꾸 삐지고, 앙큼하게 굴고. 더 웃기는 건, 아무도 이런 박지성의 속을 모른다는 거였다. 일부러 앙큼하게 굴어도 귀여운 애가 귀여운 짓 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박지성의 의도적인 앙큼함을 아는 건 이제노 뿐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박지성이 앙큼한 짓을 할 때마다 하나도 안 귀엽다고 했다. 그때마다 삐지는 박지성이 사랑스러웠다.

 

 이제노는 억울했다. 일부러 앙큼한 짓 하는 걸 알면서도 박지성이 좋을 수가 있나. 귀여운 척 하는데 진짜 귀여우면, 이건 반칙이잖아.

 

 

 

 

 

Oh Boy !

 

 

 

 

 

 제노가 지성을 잘 안다고 해서, 둘 사이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아니었다. 꽤나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성은 제노에 대해 딱 남들만큼만 알았다. 가끔은 남들이 다 아는 걸 모를 때도 있었다. 헐 제노 형 코카콜라 말구 펩시 파였어요? 항상 작은 눈 땡그랗게 뜨고는 그런 식으로 말했다. 그렇게 굴 때마다 제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지성의 이마에 딱밤이나 놓았다. 차마 귀엽게 굴면서 넘어갈 생각하지 말라는 말도 못하고.

 

 

 

 눈치가 빠르다는 건 남들이 뭔가를 알아채기 전에 먼저 알아챌 수 있다는 뜻이었지만, 그만큼 알고 싶지 않은 것도 먼저 알아버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성은 제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제노가 일찌감치 알아챈 사실이었다. 기대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망가진 사랑. 차라리 가벼운 마음이면 금방 정리하고 다시 친한 형 동생 했을 텐데. 제노는 생각보다 많이 지성을 좋아하고 있었다. 일부러 말끝을 늘리며 귀여운 척 할 때도, 헐렁한 반팔티에 반바지 입고 아이스크림 깨물 때도, 자기 체육복 입고 침 흘리면서 잘 때도. 제노는 지성이 뭘 하든 좋았다. 차라리 가벼운 마음이었다면, 아니면 말고 같은 마음이었다면. 제노는 억울했다. 누구한테 억울한 건지 몰랐다.

 

 

 

 당연히 고백을 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간신히 마음을 붙잡았다. 언젠가 이런 감정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언제 증발할지도 모르는 마음이 쏟아지지 않도록.

 

 

 

 지성은 제노의 속도 모르고 마음 편하게 굴었다. 연락도 없이 무작정 제노네 집 문을 두들기고 들어와선 같이 게임하자고 조르기도 했고, 배고픈데 혼자 다 못 먹으니까 치킨 한 마리만 시키자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제노는 너네 집 가라고 괜히 심통을 부렸다. 제노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지성은 이미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지만.

 

 

 

 “형 이거 비번 뭐야?”

 

 “안 알려줄건데.”

 

 “아아, 제노 혀엉. 딱 한번만 알려주라아.”

 

 “귀여운 척 하지마, 하나도 안 귀엽다.”

 

 “아 그런 거 아니거든.”

 

 “0423 쳐봐.”

 

 “아싸.”

 

 

 

 지성은 게임을 못했다. 몇 판 하다가 자꾸 지니까 재미없는지, 거실에서 티비를 보는 제노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댄 제노를 보고 장난끼가 발동했다. 지성은 조용히 소파에 앉아서 딴청을 피우더니 이내 제노형 제노형 하면서 제노를 불렀다.

 

 

 

 “왜.”

 

 “이리 올라와봐.”

 

 “싫은데?”

 

 “아 한번만.”

 

 

 

 제노는 말로만 싫은 척 하면서 소파 위에 앉았다. 지성은 소파 위에 있던 쿠션을 끌어와서 안고 그대로 제노 무릎을 베고 누웠다. 어이없어서 웃으며 뭐하냐고 물어봐도 답이 없었다. 싫지는 않아서 조용히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앞머리가 길어서 자를 때가 된 것 같았다. 야 너 머리 자를 때 됐다. 그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히죽히죽 웃을 뿐이었다.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다.

 

 

 

 

 

Oh Boy !

 

 

 

 

 

 그 날도 똑같이 지성이 제노의 집에 놀러온 날이었다. 라면을 한 개 끓여먹기엔 부족하고 두 개 끓여먹기엔 많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귀찮다는 제노에게 지성은 자기가 끓여주겠다고 했다. 제노는 거실에 앉아있으면서도 자꾸 신경을 썼다. 지성아 가스밸브 잘 잠가라. 너 또 손 데이는 거 아냐? 계란 껍질 들어가게 하지는 말고. 그런 제노한테 지성은 버럭 화냈다. 버럭이라고 해봤다. 볼륨은 10 중에 4 밖에 안 됐다. 간섭이 아니라 걱정인 줄도 모르고 삐지기만 했다.

 

 

 

 “아 오바, 쫌 맵다.”

 

 

 

 지성은 매운 걸 잘 먹지도 못하면서 늘 신라면을 사왔다. 진라면 순한맛이나 끓여먹으라는 제노의 도발에 걸려들어서 그런 거다. 신라면 하나도 잘 먹지 못하는 지성 때문에 제노가 라면 두 개를 혼자 다 먹었다. 맵다고 하길래 계란은 다 지성 줬다. 다음부턴 물 좀 더 넣고 끓이라는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혀 빼꼼 내밀고 헉헉거리는 게 웃겼다. 그러게 매운 거 못 먹으면 진라면 순한맛이나 먹으라니까. 매운 와중에 그런 장난에 눈을 흘기며 삐졌다.

 

 

 

 라면을 다 먹고 치우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지성은 꽝꽝 언 빠삐코를 녹이겠다고 주물주물 거렸다. 비닐봉지도 함께 바스락 거렸다. 매운 건 괜찮아진건지 티비에 집중한 상태였다. 주말에만 하는 막장드라마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드라마를 챙겨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하도 막장이라서 제노도 다 알고있는 내용. 지성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그걸 집중해서 봤다. 티비 속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99번 깨짐 후 100번째 만남을 가지는 중이었다.

 

 

 

 “제노 형.”

 

 “엉.”

 

 “형은 키스 해봤어요?”

 

 “응? 어... 응.”

 

 

 

 구라였다. 제노는 연애에 관심 없었다. 웃기게도 박지성이 첫사랑이었다. 잘난 얼굴에 딸려오는 고백도 학업에 집중하고싶다는 핑계를 대면서 다 까버렸다.

 

 

 

 “누구랑?”

 

 “어?”

 

 “아 그건 비밀인가?”

 

 “그치, 비밀이지.”

 

 

 

 제노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하나는 참 잘했다.

 

 

 

 “그럼 어땠는데?”

 

 “몰라.”

 

 “왜?”

 

 “모르니까.”

 

 “그게 뭐야.”

 

 “키스 해봤다고 그게 어떤지 다 아는 건 아니지.”

 

 “그런가?”

 

 

 

 

 

 그럼 한 번 해보자, 형.

 

 지성이 해맑은 얼굴로 물어봤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봐서 제노는 놀라지도 않을 뻔했다. 뭐라고? 되묻자 지성은 좀 녹은 빠삐코를 입에 물고 다시 말했다. 한 번 해보자구. 눈을 뜬 모습을 보아하니 일부러 앙큼한 짓 하고 있는 거였다.

 

 

 

 

 

 제노는 억울했다. 일부러 이러는 걸 알면서도, 반칙인 걸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JENSUNG 1st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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